홍기하
2019 국내 레지던스 입주작가
홍기하 HONG KI HA
201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
2016 Nuova Accademia di Belle Arti (밀라노, 이탈리아) 교환 프로그램
[단체전]
2019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결과전, 마산미협 아트홀, 창원
2019 경남아트펀펀페스타,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사천
2019 경남국제아트페어, 창원컨벤션센터, 창원
2019 창원 리좀 레지던스 소개전, 에스빠스 리좀, 창원
2019 박하사탕, 별관, 서울
2018 i_seoul_nomad_life_crease_origami_shell_spread_
nihilism_gravity.com, 비아아트 갤러리, 제주
Ballin’ Bowl, Elephant Art, 서울
[상영회]
2017 BlaBlaBlind, 더북소사이어티, 서울
[레지던시]
2019 창원 리좀 레지던스
Teachers
가변설치, 석고, 2019
<작가노트 >
1. 아주 어렸을 때 티비에서 본 한 장면이 문득 떠올랐다. 이경규가 늑대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는 토종 한국 늑대를 찾아 나서는 내용의 예능이었는데, 토종 늑대가 한국에 존재하지 않고 일본에 모두 보내졌다는 얘기를 듣고 이경규와 한 박사는 일본으로 날아간다. “한국 늑대는 더 이상 여기에 없습니다.” 여러 동물원을 확인한 결과 일본으로 보내졌다는 늑대들은 모두 세월이 흘러 이미 죽고 없었다. 남은 것은 몇 장의 흑백사진, 뼈와 가죽 뿐이었다. 이에 모두 망연자실한다. 그러나 예능의 일반적인 플롯에서 예상하듯이 시련 끝에 마침내 한 동물원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토종 한국 늑대를 찾는다. 흥분과 환희에 찬 이경규와 박사는 한국 늑대를 기쁜 마음으로 불러보지만, 긴 과정 끝 마침내 늑대를 마주하자 마냥 기쁘기만 할 수 없었다. 늑대는 수명이 거의 다해 서 있기조차 힘든 모습으로 숨을 허덕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국 늑대라서 교배도 불가능하며 그저 홀로 외로이 늙어가고만 있었다. 창살 너머로 초라한 한국 늑대를 바라보며 박사는 울음을 터뜨린다. 이를 지켜보던 이경규도 눈시울을 붉힌다.
2. 경남 마산에 위치한 문신미술관에는 조각가 문신(1923-1995)의 석고 원형들만을 전시하는 원형미술관이 있다. 전시공간을 들어서자 새하얗고 매트한 수백개의 직조 조각이 나의 시야를 강타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정교하고 세련된 석고 조각들은 이 세계 너머에 존재하는 형체들을 조형화한 것 같아 보였다. 문신은 본래 화가로 활동했지만 프랑스 유학 중 생계를 위해 성 보수 작업을 하면서 조형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조각가로 전향한다. 성의 외각을 수리하고 다듬어내는 과정에서 건축 양식의 조형 언어를 알아가게 되고 시멘트나 석고 같은 재료에 대한 이해와 이를 다루는 테크닉을 습득하게 된 것이다. <한국 현대조각사 연구>에서 저자 최태만은 문신에 대한 소개를 “기술의 세련이 지나쳐 감각주의에 빠져 있다는 점도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마친다. 그러나 작품에서 작가의 감각이 앞서 두드러진다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자신의 감각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것일거다. 그런 믿음을 지니는 데는 자신이 쌓아온 조형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자부심을 지니는 데는 자신이 다루는 재료에 대한 사랑이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사랑을 지니는 데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강도 높은 노동을 견뎌내는 지구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지구력을 지니는 데는 결과물 보다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느끼는 인내심이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수많은 요소들로 빚어진 ‘지나친 감각주의’를 지닌 조각을 근래에 본 적이 있던가? 이 말은 비판이 아닌 칭찬으로 다가왔다.
3. 펑크락 밴드 그린데이(Green Day)는 1994년에 정규 3집 ‘두키(Dookie)’를 내며 펑크락을 팝 음악의 장르로 진입시켰다. 1970년대에 탄생한 펑크락은 본래 정치적인 색체가 짙었으며 제도권에 반발하고 사회를 비판하고자 했다. 연주를 한다는 것이 고상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밴드를 할 수 있다’는 정신을 가지며 음악에서의 민주주의를 실천하고자 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이 ‘펑크’이고 아닌지에 대한 기준이 점점 엄격해지면서 ‘펑크 패션’으로 정의되는 스타일의 옷을 입고 오지 않으면 뭇매를 맞는 등 배척주의가 심해지며 펑크락은 매니악한 장르로 남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린데이의 앨범 ‘두키’의 세계적인 성공으로 펑크락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미국 고등학생들이 만들어낸 밴드 그린데이는 할 일 없고 심심하고 학교가 싫은 청소년들이 재미없는 세상을 향해 외치는 분노와 조소였다. 그들이 노래하는 것은 거대한 사회 체제에 대한 것이 아니라 매일 공부하라는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에 대한 짜증, 이성을 만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조, 미래에 대한 두려움, 늙는다는 것에 대한 공포 등 보다 일상적인 차원에서의 분노였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와 단순한 코드로 이루어진 멜로디로 이루어진 앨범은 단숨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물론 거대 기획사와 계약을 하며 스타가 된 그린데이를 펑크락 씬에서는 ‘펑크의 영혼을 팔았다’며 비판을 받는다. 펑크락 씬에서 인정하지 않는 펑크락 밴드 그린데이는 끊임없는 행진을 하고 2015년에는 ‘락앤롤 명예의 전당(Rock N’ Roll Hall of Fame)’에 오른다.
대학시절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을 크게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주목을 끌었던 홍기하는 정치적이라기보다는 개념적인 작품 활동을 해왔다. 잃어버린 에밀리라는 아이를 찾는 검정색 돌의 표지석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평택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딸을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다. 왜 그녀는 일간 신문의 광고에나 해당 될 내용을 무덤의 묘비석 같은 형태로 그러한 기록을 남겼을까?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서? 순간 잊힐만한 내용의 영원한 기록을 위하여? 아마도 삶의 허무를 반영하기 위하여 그렇게 역설적인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중요하고 역사적인 것만을 기록한다는 데 대한 반대편에서 그녀는 하찮고 잊힐 만한 일들을 기념비적으로 기록한다. 결과전에서 보이는 형태들도 개념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기념비적 견고성을 띄고 있고, 그 연원은 그리 위대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 장석원 비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