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래
2018 국내 레지던스 입주작가
약력
2018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개인전]
2018 마이아트&러브展 5월 30일-6월 5일 (리수 갤러리, 서울)
2017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전시(홍익대학교 문헌관 4층 현대미술관, 서울)
2017 제3회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문전-와우列傳(한전아트센터, 서울)
2017 고 이천득 추모전-동행(홍익대학교 홍문관 현대미술관, 서울)
[수상]
2017 전국 대학 미술 공모전 입선
[레지던시]
2018 창원 리좀 레지던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지원)
드로잉북
작가노트
과거에 힘든 때 위로가 되었던 곳은 창원의 용지 호수였다. 용지호수는 날씨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지만 호수의 물은 언제나 투명하고 아름다웠다. 물은 한결같이 나에게 어떤 말도 건네지 않는다. 하지만 탁 트인 공간에서 유유하게 흐르는 호수는 그 어떤 말보다 더 크게 마음속에 물결치듯 다가온다. 너무 슬픈 사람에게는 ‘힘내’라는 형식적인 말보다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것이 더 큰 힘이 되듯, 물은 그저 같이 있어준다.
현실의 여러 문제로부터 도피해서 물로 향했다. 물이 존재하는 공간도 현실이기는 하지만 그곳을 현실의 생각나지 않는 몽환적인 세계로 다시 표현하였다. 선을 긋고, 물감 원색들을 블렌딩 기법을 사용해서 한 작품이고, 물의 다양한 속성 중 청량감이나 신비감을 강조하였다. 현실에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있을 때 반드시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해결되는 일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사람들에게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고, 위로 가 될 만한 곳이 필요하다. 현실을 떠나 위로를 받고 현실을 마주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표류 작품부터는 창원 용지호수에서 본 나무, 물결, 하늘, 빛의 반짝임 등을 주관적인 표현으로 바꿔서 다른 세상을 표현하였다. 내용면에서는 용지호수의 계절과 날씨에 따른 다양하게 변하는 모습과 그에 따른 감정들을 담아보고, 사람의 내면을 살아있는 자연에 빗대어서 표현하였다. 물결 시리즈의 작품들이 낮과 긍정적인 감정들이었다면 최근 작품들은 밤, 겨울, 부정적인 감정들도 다루고 있다. 그렇게 변한 이유는 ‘빛도 어둠이 있어야 진정한 빛이다’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수면 위의 현실과 수면 아래 자연이 비치는 모습이 마치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속으로 하는 생각, 감정들이 다른 것과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위와 아래 자연의 모습이 꼭 같지 않고 그림 속의 세상에는 이성도 논리도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면 나뭇잎도 오로라 같을 수도 있고, 수면 위와 아래가 반드시 동일한 사물이 비치는 것도, 물의 움직임이 일관되지 않을 수 있다.
기법적으로 물결 작품의 디지털적인 느낌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예를 들면 빠른 붓질을 통해 마티에르를 강조한다던가, 기름을 적게 써서 오일 파스텔의 느낌을 내보거나, 기름을 많이 써서 수채화의 느낌을 시도하였다.
겨울 호수
130.3×97.0cm, oil on canvas, 2018
꿈에 잠들다
145.5×97.0cm, oil on canvas, 2018
표류Ⅱ
162.2×130.3cm, oil on canvas, 2018
비평글
김서래는 물의 이미지를 변형, 발전시키면서 작업해 오고 있다. 창원이 고향인 그가 가장 힘들었을 때 위로해준 곳이 다름 아닌 용지호수였다는 사실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이야기다.
작가는 용지호수를 전경화(前景化)하면서 익숙한 풍경을 이국적이면서도 환상적인 모습으로 재현한다.
2017년 작 <표류>에 나타난 용지호수는 캔버스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수를 주인공으로 하며 제목 그대로 정처 없이 흐르는 물결을 표현했다. 그림 속에서 이제 막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온 호수의 풍경 한 편에 자리한 나무들은 제 스스로 빛을 내며 반짝이고, 호수에 비친 그림자는 데칼코마니처럼 그 잔영을 남기고 있다. 호수는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는 시냇물이나 거친 파도와 달리 바람의 너울거림을 표식처럼 간직한 채 우리의 눈길을 붙잡는다. 작가는 제목을 통해 어두운 호수에 비친 자신의 불안감이나 쓸쓸함을 전달하려하지만 여기에서조차 관객은 왠지 모를 온기를 느낀다. 이는 그가 천성적으로 숨길 수 없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것에서 연유할 런지 모른다.
작가는 호수의 풍광을 담는데서 나아가 물 자체를 추상화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물결>(2016) 시리즈에서는 추상화한 물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담아내려 시도했다. 작가의 붓질을 통해 물은 덩어리감이 있는 물질의 형상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꽃(<물결3>)처럼 피어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살아있는 생물의 군집(<물결7>)이 되기도 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물의 모습이 달라진다는 사실에 기반 해 낮과 밤의 호수, 비가 오는 날의 호수, 여름과 겨울의 호수 등 시시각각 달라지는 호수의 모습을 반 추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에게 물은 영감의 원천이다.
_ 손상민(극작가, 평론가)
레지던시 기간 동안 느낀 것
늘 삶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사라져야만 완전해질 거라고 은연중에 믿어왔다. 문제가 없을 때가 진짜 내 삶, 행복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뿌리 깊숙이 박혀 있었다. 그 때문에 불안하고, 사람의 나약한 마음이나 그런 면들은 단점이며, 곳곳에는 경쟁자들과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약점이 되지 않도록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믿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동안 만나온 주변 사람들은 개인주의며, 선을 잘 지키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다양한 감정을 가지는 것은 약함이 아니고, 오히려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을 죽이는 것 같았다. 인간관계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았다. 선을 지킨다고 다 좋은 사람이 아니었고, 선을 지키지 않는다고 다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으니까. 사람들은 다양한 성격과,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지만 다들 각자 다른 약함에 기대어 살고 있었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마저 삶의 일부이며, 오래전부터 나의 약점이라고 생각한 예민함, 섬세함, 감정 기복, 가끔 있는 우울함, 소심함, 잘하고자 한 일에 대한 완벽함 등이 결국 어느 순간 나다움을 결정짓는 일부 요소가 되어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또 그것들은 그림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현실적이라기보단, 직관적이고 감정에 휘둘리는 면은 현실을 보고 똑같이 그리기보다 반추상적이거나 추상화해서 작업을 하게 하고, 색을 섬세하게 표현해나가는 것과 단계별로 계획해서 꾸준히 작업해나가는 것, 또한 붓끝을 날카롭게 쓰거나, 물감 원색의 쨍한 형광빛이 나는 색들을 조합해서 그리는 것이 결국 내가 생각한 나의 약점들이 있어야만 그릴 수 있는 그림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토록 견디기 힘들던 나의 약점도, 어떻게 받아들이고 쓰느냐에 따라 강점이 되고,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