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돌


2017 참여작가

금은돌

Keum Eun Dol

2008년 2월 교통사고 이후, 갑작스레 그리기 시작하다. 사고 당시, "살아있다는 것은 바라보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스치고 지나가다. 그 이후 지속적으로 '눈동자'와 '나무'를 그리고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시선의 주고받음으로 생각한다. 저 우주의 먼지까지 눈동자로 여긴다. 나무로 죽을 생각을 하기에, 온전히 나무에 다가가려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린다. 매일 그리고 쓰고, 읽고, 걷는다. 제도권이나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배운 적이 없기에,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 온몸의 동작이 붓이다. 현재 1인잡지 mook [돌] 발행하고 있다.


문학경력

2016. 1인 독립잡지 mook [돌] 발간 / 기형도 문학관 추진위원
2016. 경기도 기성작가 부분 선정, 경기문화재단
2015. 동인 <4월> 참여
2014. [거울 밖으로 나온 기형도] 세종 우수학술도서 선정
2014. 아르코 창작기금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4. 노숙자들을 위한 민들레 문학특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3. 시 등단 [현대시학]
2012. 전문예술분야출판지원 선정, 경기문화재단
2008. 평론 등단 [애지]



개인전

2015. 눈에 대한 낭만적 독해 4 / 부악문원, 이천
2013. 눈에 대한 독해 3 / 토지문화관, 원주
2013. 눈에 대한 낭만적 독해 2.5 / 중앙도서관 갤러리, 안성
2011. 눈에 대한 낭만적 독해 2 / 토지문화관, 원주
2008. 눈에 대한 낭만적 독해 1 / 대안미술공간 소나무, 안성


그룹전

2015. 망각에 저항하기-세월호 추모전 / 문화예술의전당, 안산
2015. 오늘 생각나는 시-정철에서 금은돌까지 / 영인문학관, 서울
2008. 고목을 찾아서 / 시민회관 갤러리, 안성




작가노트

칼을 든 여인이 있다. …… 자르려고 했다. 정확하게 관계를, 분명하게 선악을, 넘치지 않을 욕망을, 지식을, 정의로운 판단과 이성으로, 아이를, 너를 …… 베어낼, 의지로 여기에 도착했다. 지친 칼은 무디고 어설펐다.

오래오래. 바라본다. 들숨-날숨. 흔들리며 긋는다. 댄다, 칼을. 휘둘린다, 칼이. 손끝의 떨림에 산 하나가 울퉁불퉁해진다. 물길이 어긋난다. 생각과 중지. 질문과 대답. 파도를 펼쳐 놓는다. 그 위에서 음악을 듣는다. 눕는다. 앉는다. 뒹군다. 논다. 물방울 사이를 휘젓는다. 그날그날의 몸에서 솟구쳐 나오는 행위, 그것이 붓이다. 온몸에서 뻗어나가는 나뭇가지와 같은 손가락으로, 시를 쓰는 마음으로, 선을 긋는다.

녹슨 만큼 독이 묻어있었다. 그 칼에 ‘피'. 상처 입은 ‘날'. 정확성이 두려운 ‘맘'. 그 칼은 그 무엇도 자르지 못했다. 날이 들지 않아, 빈 것 앞에 절을 올린다.

흘려보낸다, 숨으로, 바람으로,
모신다, 새싹처럼, 숨을,
보내드린다, 죽음으로, 숨
한 숨(breath)이었다. 하나의 숨이다. 어디에서 출발하였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이다. 어디에서 끝나는지 알지 못하는 물결이다. 사라지지 않을 호흡이다. 너를 자르려다가 나를 자른다. 나를 자르려다가 나를 죽인다. 바람은 자를 수 없었다. 잘라지지 않는 영혼은 숨 덩어리였다. 하나의 영혼이었다. 뭉쳐있던 호흡. 너와 나의 숨결이 관계망으로, 여기저기에 섞여, 사회적 테두리 안에 존재한다. 돌아다니며 뒤엉켜, 스며든다. 그렇게 떠도는 영혼을 몸에 데리고, 마산 어시장을 걷는다. 영혼으로 걷는다. 아무 것도 자를 수 없는 지금, 하얀 캔버스 위에 오류와 실수, 눈물과 막막함을 심는다. 아무도 모르게 뻗어나간 숨결 위에 나무를 조금, 그린다. 뿌리의 주고받음이 시작된다. 살아있었고, 소생하는 죽음이고자 했다. 하지 않고자 했다. 화려함을 지우고, 요란함을 비우고, 내면의 소리를 듣는다. 찰나와 영원히 있을 뿐. 이 과정을 무던하게 견디어 낼 뿐.

그렇게 너와 나의 나무가 되었다.